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상의 소설 ‘흰’은 총 6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흰’것들에서 파생된 이야기들 그 속에는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았다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자세한 이야기와 명구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강 흰 줄거리 결말
한강 흰의 영어 제목은 The elegy of whiteness’라고 한다. 엘리지는 슬픔을 노래한 문학이며 죽은 자를 위한 애도의 의미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흰색을 가진 물체와 단어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글을 적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태어나기 전,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죽은 언니가 있다고 들었다. 주인공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언니에 대한 막연한 감정과 슬픔을 느끼는데 주인공의 어머니는 홀로 언니를 낳아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지만 결국 하늘로 떠났다고 한다. 언니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의 마음, 추모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강의 흰 은 상호보완되는 제목들의 느낌이나 대비가 특징인데 언니와 주인공도 대비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명이 존재했다면 다른 한 명이 존재할 수 없었음을 말하는 것. 소설의 끝부분에는 언니가 만약 살았다면 일어났을 일을 상상하며 깊이 애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본인의 존재 자체가 언니의 죽음을 뜻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잔잔하면서도 서글프고 차가운 소설 한강의 흰. 줄거리보다는 하나의 소재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한다. 담담하지만 슬픈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았으면 한다.
한강 흰 명구절
-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 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 우리의 삶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만져진다.
- 더 나아가고 싶은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라고 떨면서 스스로에게 답했던 때까 있었다. 이제 어떤 대답도 유보한 채 그녀는 걷는다.
- 새로 빨아 바싹 말린 흰 베갯잇과 이불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거기 그녀의 맨살이 닿을 때, 순면의 흰 천이 무슨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당신은 귀한 사람이라고. 당신의 잠은 깨끗하고 살아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잠과 생시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순면의 침대보에 맨살이 닿을 때 그녀는 그렇게 이상한 위로를 받는다.
- 언니,라고 부르는 발음은 아기들의 아랫니를 닮았다. 내 아이의 연한 잇몸에서 돋아나던 첫 잎 같은 두 개의 조그만 이.
- 오늘 우리 몸이 닿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에야 나는 알았다. 오랜만에 만나면 언제나 서로 어깨를 안았다. 이게 얼마만이야. 어떻게 지냈어. 인사를 나누는 동안엔 손을 잡고 있었다. 오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있었나. 몸이 닿는 순간 상대의 죽음에 전염될 것처럼
-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이 우리 안에 어른어른 너울거리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정갈한 사물을 대할 때마다 우리 마음은 움직이는 것일까?
- 부서져본 적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어 여기까지 걸어왔다. 꿰매지 않은 자리마다 깨끗한 장막을 덧대 가렸다. 결별과 애도는 생략했다. 부서지지 않았다고 믿으면 더 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그렇게 당신이 숨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결국 태어나지 않게 된 나 대신 지금까지 끝끝내 살아주었다면. 당신의 눈과 당신의 몸으로, 어두운 거울을 등지고 힘껏 나아가주었다면.
-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 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덮여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 나는 기적.
- 만일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않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어둠과 및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