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님의 소설 ‘흰’은 제주 4.3 사건을 글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사건의 생존자이자 희생자의 유족인 소설 속 그녀의 부모님, 그 속에서 느끼는 그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세한 줄거리와 결말, 명구절을 담아보았다.
한강 흰 줄거리 및 결말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서 편집기자와 사진작가로 만난 경하와 인선은 친구가 되었다. 후에 인선 단편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고 경하는 작가가 되었다. 경하는 예전 도시 학살에 대한 책을 낸 이후로 계속 반복된 꿈을 꾼다고 했다. 얕은 산에서 벌판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제각각인 통나무의 길이는 마치 나이를 뜻하는 듯하다 했고 어느 것처럼 보면 무덤의 묘비로도 보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벌판에 깔린 무덤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며 걱정하며 잠에서 깨곤 했다.
경하는 꿈 이야기를 인선에게 전하며 애도 형식의 다큐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먹을 칠한 통나무 99개를 준비해서 들판에 심고 흰 천이 내려오듯 눈이 통나무를 덮어주는 장면을 담고 싶다고도 말했다. 둘의 합작이 시작되었지만 제주와 서울에 사는 둘은 거리 문제 때문에 만남과 진행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나고 흐지부지 될 듯했던 이 프로젝트는 인선에게 연락이 오며 다시 시작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인선의 연락은 제주도에 있는 목공방에서 작업하다 손가락이 절단되었다는 소식이었고 서울의 병원이라고 했다.
인선이 경하에게 전화 한 이유는 제주도 공방에 있는 앵무새 ‘아마’가 죽을지도 모르니 보살펴달라는 것. 그렇게 눈보라가 심한 그날 경하는 제주도를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제주도의 공방에 도착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렇게 도착했지만 앵무새 ‘아마’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경하는 앵무새를 잘 묻어주고 잠이 들고 만다. 전기가 끊겨 보일러 작동이 잘 되지 않는 추위 속에서 인선의 옷을 꺼내 입으며 잠든 경하, 다음날 눈을 끄는데 새장 안에는 ‘아마’가 살아있다. 어렴풋이 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하.
식탁을 봤더니 서울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있다. 식탁 앞에 서있는 인선의 표정은 무표정이며 아마 인선의 목숨도 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마치 인선은 경하가 손님으로 온 듯 따뜻하게 대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인선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인선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희생자의 유족이기도 했다. 인선은 가족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하다 나무를 심은 땅을 보여주겠다며 데려간다. 둘이 함께 촬영하기로 했던 통나무를 심은 마당.
그렇게 결말에 다다르게 되고 환상인지 죽음인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인선의 존재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둘의 만남으로 어떤 의미를 다시금 깨우치게 해 주는지 보여줄 수 있게 되는 좋은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강 흰 명구절
-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 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안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
-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 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덮여져 하얀 날 숨이 쉰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 나가는 기적
- 그 후로 엄마가 모은 자료가 없어. 삼십사 년 동안. 인선의 말을 나는 입속으로 되풀이한다. 삼십사 년.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 더럽혀지지 않은 어떤 흰 것이 우리 안에 어른어른 너울거리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정갈한 사물을 대할 때마다 우리 마음은 움직이는 것일까?
- 새로 빨아 바싹 말린 흰 베갯잇과 이불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